[3단계] 중간점검 : 계획대로 하고 있나?

“무엇을 해야 하지?”와 “어떤 방법으로 할까?”를 거친 뒤에는 실제 활동에 들어간다. 그 활동은 책을 읽는 것일 수도 있고, 문제를 푸는 것일 수도 있으며, 실험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일단 활동이 시작되면 아이에게 말을 걸지 말고 아이 스스로 주어진 과제를 마치도록 하는 게 좋다.

중간점검은 과제를 수행하는 도중에 과제와 관련이 없는 다른 것을 생각하느라 집중을 못하거나, 조금 전에 세운 계획을 잊어버리고 다시 예전 습관대로 하고 있을 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것은 과제를 수행하는 중간 중간에 “내가 어떻게 하고 있지? 계획한 대로 잘하고 있나?”처럼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훈련이다. 이 습관을 기르게 되면 잠시 딴생각에 빠졌다가도 다시 쉽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공부하는 도중에 산만해지는 아이들은 자신이 딴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혹은 엄마나 선생님의 지적을 받은 뒤에야 그 사실을 안다. 평소에 딴생각을 잘하지 않는 아이들이나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아! 딴생각을 했구나. 다시 집중해야겠다’라는 식으로 혼잣말을 하며 다시 공부에 몰두한다.

하지만 계속 같은 행동으로 야단을 맞아왔거나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또 딴생각을 했구나, 나는 왜 이러지? 나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나는 왜 매번 이 모양일까?’라고 생각하며 좌절한다.

중간점검을 습관화하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점검할 수 있다. 그래서 잠깐 딴생각을 했더라도 다시 집중해서 할 일을 끝낸다. 하지만 자기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나 선생님의 지적을 통해 알게 되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계획과 다르게 문제에 접근하거나 딴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는 “중간점검을 하면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새로 생각해낸 그 계획대로 하고 있는 거라고 믿어.”, “지금 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더라.”, “혹시 중간점검하는 것을 빼먹지는 않았니?” 등의 말을 해주면 된다. 아이가 중간점검을 잊지 않게 하면서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그때그때 지혜롭게 대처하면 되는 것이다.

[4단계] 끝낸 후 점검 : 어떻게 했지?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은 공부나 과제를 시작하는 것도 힘들어하지만 끝낸 뒤에 점검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그래서 빠뜨리거나 엉뚱한 답을 써놓고도 확인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어떻게 했지?”는 과제를 끝낸 뒤에 제대로 했는지 실수한 게 없는지 빠뜨린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질문이다. 책을 덮고 일어서기 전에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습관을 길러서, 알고도 틀리는 안타까운 상황을 줄이는 것이다.

끝난 뒤에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집중력뿐만 아니라 기억력에도 도움이 된다.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망각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보고 복습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보는 것보다 공부를 끝낸 직후에 다시 볼 때 훨씬 많은 기억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학년이 높아갈수록 사회처럼 외울 게 많은 과목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진다. 이럴 때 효과적인 방법은 공부한 뒤에 책을 덮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연습장에 한번 적어보도록 하는 것이다.

책을 덮은 직후에는 뭔가 중요한 것을 봤는데 그것이 완전히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고 느낀다. 자신이 외우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할 수 있을 때는 처음부터 다시 공부할 필요 없이 모르는 부분만 찾아가 다시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마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아이에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공부가 끝났다고 방문을 나서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여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점검의 의미를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방법을 익힐 때까지 부모가 지도해야 한다. 아이가 다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공부한 것을 얘기하도록 할 수도 있고 연습장에 요약해 보자고 제안할 수 있다.

이때 아이가 너무 많은 것을 빠뜨리거나 건성으로 하더라도 절대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면 안 된다. 그냥 부모는 “사회를 공부할 때 네가 중요한 부분을 놓쳤구나. 여기서는 도표를 보고 지역 특산물을 머릿속에 담아둬야 해.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보고 책을 덮자”라고 말해주면 좋다.

다시 한 번 보고도 잘 기억하지 못하면 화이트보드의 한쪽 면이나 포스트잇 등을 이용해 눈에 잘 띄는 곳에 지명과 특산품을 적어놓는다. 그래서 자주 볼 수 있도록 하고 책을 덮어도 좋다. 지명 하나 때문에 아이와 실랑이를 하면 아이는 사회과목을 더 재미없어 할 것이다.

그리고 점검을 엄마에게 심사받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지역 특산물이 아니라 끝난 뒤에 ‘점검하는 습관’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아이가 빠뜨린 부분만 알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아이는 공부를 끝마친 직후에 다시 한 번 보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유익한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점검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5단계] 나에게 칭찬과 격려하기 : 잘했어! / 괜찮아!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 꼭 해야 할 것은 바로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다. 집중력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면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게 바로 ‘자기 자신에게 칭찬하기’다.

집중력은 자신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신감이 높은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할 때도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 자신이 잘해낼 것이라는 믿음과 잘못돼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받을 수 있는 어려운 과제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자신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은 어차피 못할 거라는 생각과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과제나 아무도 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과제를 좋아한다.

평범한 것은 능력 없는 사람도 할 수 있으니까 실패할 확률이 낮고, 아주 어려운 것은 누구나 못하는 것이니 자신이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잘해도 보통, 못해도 보통인 결과를 낳아 칭찬과 인정받을 기회를 잃게 된다.

아이들의 낮은 자신감은 주로 부모와 교사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의 산물이다. “너는 왜 늘 말썽만 피우니?”, “너는 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니?”, “너는 형보다, 엄마 친구 아들보다, 조카 지성이보다 잘할 수 없는 애인가 보다”, “도대체 커서 뭐가 될래?”, “엄마 죽고 나면 너 어떻게 살려고 이러니?” 등의 걱정과 질책을 가하면, 아이는 스스로를 ‘못난 사람’이라고 규정해버린다.

과제를 끝낸 뒤 “잘했어. 나는 역시 멋져!” 혹은 “괜찮아, 다음번에 더 잘하면 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게 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숙제나 문제집 풀기를 끝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 왜 칭찬을 해야 하는지 의아해한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아이에게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힘든 과정일 수 있다. 게임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졸린 것을 참아가며 어렵게 이룬 결과인 것이다. 비록 한 시간 내내 집중하지 못했고 100점은 못 받았지만 아이가 노력한 것은 칭찬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아이를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칭찬받아 본 경험이 적은 아이일수록 자신을 칭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부모가 옆에서 “우리 승민이가 계획대로 차분하게 잘했네. 이제 네가 너한테 칭찬해줘라. ‘승민이는 멋진 아이야!’라고 해줘”라며 시범을 보이면 아이도 기뻐하면서 스스로 칭찬하는 법을 배운다.

마음속으로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는 부모의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말과 행동(쓰다듬기, 손잡기, 등 토닥거리기 등)으로 부모가 느끼는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전해야 한다.

여기서 전제돼야 할 것은, 부모가 아이의 작은 성과와 변화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부모가 느끼는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

글. 이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