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계획 수립 : 어떤 방법으로 할까?

무엇을 해야 할지가 결정되면 어떤 방법으로 하면 그것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크게 봤을 때는, 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어떤 순서대로 어느 정도의 시간 내에 끝낼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해야 할 일을 시작할 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오늘 아이가 해야 할 게 학교 숙제, 학습지, 영어 테이프 듣기라고 하자. 그러면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오자마자 숙제부터 끝내 놓고 학습지를 푼 뒤에 저녁을 먹고 자기 전에 영어 테이프를 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여러 차례 얘기한다.

이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예”라고 대답하지만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혹은 “이따 할게요”라고 말하면서 계속 미룬다. 이런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답답하고 초조해진다.

5단계 생각법의 1단계 문제 정의에서 아이와 해야 할 일에 대해 충분히 얘기하고 그것을 화이트보드에 적었다면, 이번 단계에서는 각각의 활동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 보도록 아이에게 질문한다.

“오늘은 숙제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니?”, “보통 너 학습지 한 장 하는 데 몇 분 걸리지?”, “영어 테이프는 20분짜리지? 듣고 나서 문제까지 푸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니?”라고 하며 각 활동별 소요 시간을 예상하는 훈련이다.

아이들은 어른만큼 시간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한다. 보통 한 시간 이상 붙들고 있어야 끝나는 일도 “금방 해요. 한 20분?”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30분이면 끝낼 수 있는 것도 “한 시간이요”라고 말한다.

이때 “바보같이 그런 계산도 못하니?”라고 말하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너 평소 하는 거 봐서는 3시간도 모자라겠다”라는 식의 말은 삼가야 한다.

대신 아이의 예상 시간을 그대로 인정해 주고 엄마의 생각을 말해주면 된다. “그래, 20분 정도? 엄마는 최소한 40분은 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하면서 화이트보드에 서로의 예상 시간을 나란히 적어놓는다.

간혹 아이가 “글쎄, 해봐야 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거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정확하지 않아도 대충 시간을 적어 보자고 하거나 엄마의 예상 시간만 적어놓는다.

마지막으로 그것을 언제 할지 아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이때에도 엄마가 언제 할지를 결정하면 안 된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해야 한다. 엄마의 바람대로 “숙제부터 하고 놀게요”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계획을 끝까지 존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이지 언제 하느냐가 아니다.

아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숙제하기 가장 좋은 시간과 영어 테이프 듣기에 가장 좋은 시간을 알게 된다. 물론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아이는 이 시간을 통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는다.

<Tip>개별 과제에 대한 계획 세우기

개별 과제를 할 때에도 시작하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 할까?’를 생각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아이들은 추상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다.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에서 공통점이나 논리적 관련성을 찾는 것을 무척 어려워한다.

이것은 아이가 멍청하거나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뇌 발달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추상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는 청소년기 후반까지 서서히 발달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성인과 같은 논리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아이에게 질문을 할 때 “어떤 방법으로 하면 좋을까?, 예전에 비슷한 것을 했을 때는 어떻게 했니? 어떻게 하니까 더 잘됐던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이전 경험과 현재의 과제를 연결해주는 것이 좋다.

예전에 해보지 못한 생소한 것일 때는 “이거랑 비슷한 걸 했던 때가 언제였지? 그걸 할 때는 어떻게 했었니?”라고 하면서 서로 다른 두 개의 공통점을 발견해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

아이가 “일의 자리 수를 먼저 더해서 여기다 쓰고 10이 넘으면 이렇게 여기 표시를 하고 그 다음에 십의 자리를 더하면 돼요”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이가 그냥 멍하니 있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더라도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

그런 뒤에 엄마가 “이런 방법은 어떨까?”라고 제안하듯이 말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두 가지 방법을 힌트 주듯이 알려주면서 아이가 더 많은 생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면서 “이렇게 해!”라고 말하게 되면 아이는 공부를 끝마치더라도 성취감이나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아이 자신이 계획한 방법대로 하게 해서 끝까지 잘하는 경험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한번 가르쳐 주었다고 해도 그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때도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내면 안 된다.

“그럼 네 방법대로 해봐.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방법이 더 좋은 것 같은데 너한테는 네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으니까. 둘 다 해보고 더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하면 돼”라고 객관적인 태도로 말해야 한다. 아이는 이런저런 방법을 사용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게 된다.

어떤 아이는 올림 된 십의 자리수를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표시해서 암산을 한다. 또 어떤 아이는 1이라는 숫자 대신 점을 하나 그려넣기도 한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아이가 수의 개념을 익히고 계산 능력을 높이면 된다. 아이가 부모 방식대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있거나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글. 이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