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는 과정을 흔히 ‘학습’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별 뜻 없이 편하게 얘기하는 학습이란 단어를 쪼개보면 공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숨어 있습니다. 학습은 학과 습으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학’은 배우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지식이나 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지요. 음식을 먹는 것으로 생각해봅시다. 외부의 지식은 다양한 형태의 먹거리와 같습니다. 이는 전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채소 또는 고기일 수도 있고, 요리하기 좋게 다듬어진 재료일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 요리가 된 상태일 수도 있지요. 이것을 먹기 좋게 만들어주는 건 지식을 글이나 영상 등의 형태로 정리하는 사람들과 선생님들의 역할입니다. 특히 선생님은 요리 되어 있는 지식을 먹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이 이루어지는 수업은 지식의 식사시간입니다.

학을 통해 지식이 입안으로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이 지식은 아직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뱉을 수도 있고, 토할 수도 있고, 전혀 소화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배설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지식을 삼키고 분해해서 소화시켜 몸의 필요한 부분에 영양분으로 공급되어야 완전히 자기 것이 되는 것이지요. 이 소화 과정에 해당하는 것이 습입니다. 습은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없습니다. 자기의 소화 능력만으로 소화를 시켜야 하지요.

가장 확실한 습의 방법은 반복입니다. 수업을 통해 학을 한 지식은 복습을 통해서 습을 해줘야 합니다.

핵심은 ‘습’하지 않으면 아무리 ‘학’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균형 잡히지 않은 학습은 노력은 노력대로 하고 결과는 나오지 않는 문제의 근본 원인입니다.

현재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 보세요. 학과 습 중에 어느 것의 비중이 더 많나요? 아침에 학교에 등교해서 선생님의 수업을 듣습니다. 학을 하는 것이지요.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서 학원 선생님의 수업을 듣습니다. 역시 학입니다. 학원이 끝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옵니다. 그러면 아~주 친절한 엄마를 두었다면 집에 과외 선생님이나 학습지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역시 학을 합니다. 하루 종일 학만 하지요. 습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의 수업만으로도 잠깐 성적이 오를 수는 있습니다. 수업을 아주 잘하는 선생님의 경우엔 학의 내용을 죽이나 수프같이 소화가 아주 쉬운 상태로 만들어 주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애쓰지 않아도 소화가 잘 됩니다. 하지만 죽이나 수프만 먹어서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나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음식의 덩어리가 크고 거칠어집니다. 부드러운 음식만 먹다보면 거친 음식을 소화할 수 있는 소화 능력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며 학만 한 학생들은 고등학생이 되면 성적이 자유낙하하며 정신이 무중력 상태에 놓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찔하지요.

학습법의 핵심입니다. 현재의 학생들이 학습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부족한 습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